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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e의 구시렁, 일상

핑키의 어린이집(? child care) 적응기 (길어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juli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8-02-05 16:49 조회4,755회 댓글18건

본문

동네에 어른 ESL(영어) 클래스를 하루 2시간씩 월수금 해주면서
애도 바로 옆에서 봐주는(child care)를 해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있길래 2주전부터 시작했어요.

딱히 제가 영어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이사온 이후로는 친구들과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는 핑키한테 child care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근데, 생각보다 영어 클래스도 맘에 들었어요. 선생님이 좋아요.)

엄마는 메인 룸에서 수업받는 동안, 아이들은 옆 방에서 선생님 두 분과 놀게 되죠.
그래서 아이도 부담없겠다 싶기도 하고 2주전에는 아직 남편도 방학인지라
같이 가서 핑키가 익숙해지는 동안 남편이 child care에 같이 참관해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child care 방에는 어른들은 참관도 안 된다는게 그 프로그램의 기본방침이더라고요.
엄마가 집이나 직장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옆방에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뻔히 알기 때문에,
한 명 엄마가 참관하게 되면, 다른 아이들도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한대요.


첫날. 그날은 영어수업시간 50분 전에 갔어요.
선생님하고 박수도 치고 춤도 추고 그림도 그리고 깡총깡총 뛰고 좋아하더라고요.
다행스러워 하며 저만 영어 수업에 들어갔는데....
20분간은 다른 친구들이랑 잘 노는 듯 하더니 한번 크게 우는 목소리가 들리고
그 다음 20분간 또다시 잘 놀더니 결국 하도 울어대서 선생님이 핑키를 데리고 나왔어요.
남편이 핑키랑 한참 동안 같이 밖에 나와 있다가 다시 child care 방에 들여보내고
울어서 다시 남편이랑 한참 밖에 있다가 다시 child care 방에 들어가고..
이렇게 3번 반복을 했어요.


둘째날. 역시 첫 20분은 잘 놀더니, 아빠가 갑자기 없어졌어. 하면서 크게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다 그치고 다음 20분을 잘 놀더니, 결국 다시 선생님이 핑키를 데리고 나왔죠.
결국 총 2시간 중 첫 20분과 마지막 20분을 제외한 1시간 20분 동안 아빠랑 밖에 있었답니다. ㅠㅠ;;

그래서 그 날은 집에 와서 인형집과 작은 인형들을 모아 역할놀이를 두어번 했어요.
엄마 인형은 다른 아줌마들하고 수업받고, 아이 인형은 친구들하고 선생님하고 다른 방에서 신나게 노는...(집에서 출발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일일이...)

그 다음날 또 역할놀이를 하고...


세째날, 역할놀이도 했겠다 열심히 말로 설명했겠다... 내심 기대를 했는데,
혼자 child care에 남겨지자마자 엄마가 없어. 아빠가 없어졌어.하면서 울기 시작...
결국 옷에 쉬아를 한 채로 선생님이 데리고 나왔어요. ㅜㅜ;;
그래서 남편이랑 거의 함께 밖에 있다가 선생님이 과자를 줄 때만 들어가서 과자만 먹고 왔죠.
(딱 20분 있었다는 거..)

또다시 집에서 역할놀이를 해주고...

child care에 들어갔다가 엄마가 보고 싶으면
문을 두드리면 선생님이 데리고 나와서 엄마랑 있게 해줄테니까
엄마 보고 싶으면 울거나 문을 두드리라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네째날...
엄마가 눈에 안 보인 그 순간부터 울기 시작... 20분은 악쓰고 울고..
나머지 1시간은 한참 울다 그치다 한참 울다 그치다를 반복하더라고요.
이 날 선생님이 바뀌었는데, 이 선생님은 한번 child care에 들어온 이상 울어도 밖에 안 내보낸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는지 아이가 심하게 우는데도 안 데리고 나오더라고요.
No, no! no mommy!하는 소리만 들리고요.. 아, 얼마나 맘이 아프던지...
내가 들어가서 애를 데리고 나올까 말까, 어휴.. 얼마나 힘이 들던지 원...
저렇게 울고 난 아이를 보고 나서 무슨 말을 가장 먼저 해야할까... 머릿속이 복잡복잡..

마지막 10분을 남겨놓고 핑키가 문을 향해 엄마, 이제 끝났대요, 와서 안아주세요오오~ 하면서 쉰 목소리로 우는데, 정말 못 듣겠더라고요. 핑키가 장난으로 엄마한테 높임말을 쓴 적은 있지만, 울면서 이렇게 높임말을 쓴 적은 한번도 없거든요.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애 눈이 퉁퉁 부어가지고 얼굴은 빨갛고... 엄마를 발견한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면서 막 달려오는데... 아휴... 마음이 무너질 거 같더라고요.

달려와 품에 안긴 핑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울었구나. 핑키가 여기서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있어줘서 엄마가 수업을 잘 받았어. 고마워. 수고했어. 고마워요~.라고 말했어요.
속으로는 미안해. 너무 많이 울었지? 엄마가 안 와서 속상했지? 이런 말이 하고 싶었는데,
왠지 고맙다고 해야 할 듯한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금방 눈물을 그치고 아기 화장실도 다녀오고 아기 싱크대에서 손도 씻고
자기 선생님이랑 엄마 선생님한테 빠빠이도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엄마 침팬지에서 소심한(예민한?) 아이들이 안녕하세요?(hi)보다 빠빠이를 잘 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 생각 나더군요. ㅎ.)

핑키한테는 childcare 시작한 것 외에도 언어 충격이 큰 듯 하더라고요.
혼자 놀다가 영어를 쓰는 선생님이 곁에 다가 오면 바로 엄마를 찾으면서 울기 시작해요.
우리말을 쓰는 교회에서는 보지 못한 모습이거든요.

다행히 핑키는 이 날 집에 와서는 아주 잘 놀고 잠도 잘 잤어요.
남편 말로는 핑키는 금방 괜찮아졌는데 제가 더 충격을 받은 거 같다고 하네요. 제 생각에도 그런 거 같아요. ㅎㅎ.


다섯째날(1월 28일, 월)
유모차를 끌고 가는데, 수다쟁이 핑키가 말이 단 한마디도 없더라고요.. 가서 잘 놀겠다고 약속은 철저히 했었는데...
그리고 아이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아냐, 엄마 집에 가자. 핑키 다 놀았어. 집에서 엄마랑 놀자.하고 대성통곡을 시작, 화장실에서 쉬아 한번 한 후에 바로 떼어 놓았는데,

또다시 거의 2시간 동안 울다 말다 반복... 그러나 지난번 울음과는 달리 헛울음에 가까운 울음이었기에 그냥 놔뒀어요.


여섯째날(1월 30일, 수)
잘 놀면 케익 주겠다는 약속.. 그리고 러비(다람이)를 가져갔어요.
신나서 들어갔는데, 역시 들어가자마자 으왕~ 시작..
결국 이 날은 제가 1시간 동안 같이 있어 주었고 그 이후로 30분 동안 울다 말다 반복... 나머지 30분은 아주 잘 놀았대요. 그런데, 제가 나오면서 다람이를 핑키한테 안 주고 나온 거예요...

수업끝나고 저를 만나자마자 다람이 좀 줘.하고는 꼭 끌어안고 있더라고요.


일곱째날(2월 1일, 금)
지난 금요일 선생님이 다시 왔는데 쉬아를 시키자마자
그 선생님이 바로 핑키를 안아 들길래(늘 웃는 얼굴의 책임감이 투철해 보이는 선생님이라 저도 안심)
가방에서 다람이 꺼내 안겨주며 울고 몸부림치는 핑키한테 웃으며 인사하고 나왔는데,
채 10분도 안 울고... 나머지 동안 너무너무 잘 놀았어요.
심지어.. 변기에 쉬아도 두번 하고 끙아도 한번 했대요!! 끙아를!!

이 날은 다람이가 큰 도움이 되었지요. 다람이를 안겨준 순간 울음이 달라지더라고요.


여덟째날(2월 4일, 월)
오늘도 다람이를 들고 갔고
다람이를 꼭 안은 채 엄마, 안 돼. 가지마, 가지마!하고 소리치며 울었는데,
제가 눈 앞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울음 뚝... 엄청 잘 놀았다만요.. 소리도 꽥꽥 지르고...


덕택에 이 2주간 핑키가 많이 자랐어요.
늘 친구들한테 빼았기고 와서는 엄마, 저 친구가 가져갔어.만 하던 아이가
다른 친구한테 내꺼야, 내꺼야! 하고... (ㅋ, 저는 좋게 생각해요)

다람이는 핑키도 저도 새삼 무척 고맙게 생각하게 되고

역할놀이의 수준이 확실히 달라졌고
다람이를 마치 자기인 마냥 어린이집에서 겪은 일을 하나하나 재현하면서 저한테 얘기해주는 덕에
핑키의 감정을 다람이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어요. (자기는 엄마래요. 다람이 엄마.)
(핑키, 그 때 기분 어땠어?라는 말에는 답변을 안 하길래 핑키의 기분을 혼자 상상만 했었는데,
다람이가 그 때 기분이 어땠대?라고 질문하니까 슬펐어.라고 답변하네요.)


그리고 저는... 저의 불안함을 아이한테 전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법을 다시 배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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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단이랑님의 댓글

단이랑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와. 제 가슴이 벅차오네요.
단이, 여태 문화센터 잠깐 간 것 밖에 없는 단이, 그 때도 아인이만 열심히 안고 다닌 단이가 과연 3월에 어린이집,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보게 되구요. 저도 계획을 잘 짜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핑키, 아유, 대견해요!! 

근이맘님의 댓글

근이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핑키 기특해요~ 2주만에 정말 많이 컸어요~
다람이가 역시 한 몫 단단히 해 주었네요~
부러워요.. 엄마 머리카락 외에는 관심 없는 근이 땜시롱 ㅡ.ㅡ!
줄리님도 핑키도 화이팅이예요~!!! 

주영맘님의 댓글

주영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 저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보내기전 역할놀이 꼭 해야겟어요..
정말 도움되요..
그리고 꼭 직장이 아니면서도 그 우는 핑키를 참고 지켜본 핑키맘님, 핑키파님 수고하셧어요..
이번에도 저도 튤립 이만송이 날려드립니다~ 

에스더 맘님의 댓글

에스더 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핑키야 많이 힘들었구나... 줄리님도 옆방에서 핑키우는 소리 들으실때 얼마나 맘이 아프셨을까요... 새로운 환경이 핑키를 많이 힘들게 했지만, 그로 인해 정말 큰 도약을 한거 같아요... 핑키 정말 대견해요... 줄리님 글을 읽는 동안 제 맘이 울컥... 너무 감동이예요...
이렇게 아이들은 자라는군요... 핑키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친구들이랑 더 놀다 갈래~ 하는 날 이 빨리 올거예요...핑키야 힘네~ 

오현아빠님의 댓글

오현아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러비 역시 중요한 시기에 도움이 되는 군요.
열심히 적응한 핑키가 대견한데요.
핑키맘님도 맘 아프셨지만 뿌듯하지요 ^^
행복 한 날 많이 많이 만드세요. 

LOVE성은님의 댓글

LOVE성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슴이 짠했어요. 우는소리에..... 발 동동 굴리고 있을 제 모습도 상상이 가고요.
핑키가 많이 아주 많이 자랐네요.
장하다.... 핑키....
 

juliee님의 댓글

juliee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도 맘이 뿌듯해요.. 한편으로는 어린이집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 책 같은 것을 못 읽어준 건 아쉽고 그렇네요.
다음 사건이 무엇일까? 이제 엄마는 한국어쓰고 아이는 영어를 쓰는 참 애매모호한 갈등상황이 생길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ㅎ. 

엠마네님의 댓글

엠마네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나고, 신기하고, 전 러비를 언제부터 적응시켜야 할지...쩝. 가끔 이런 글 자주좀 올려주세요, 상상만 해도 도움이 많이 되네요. 

강현맘님의 댓글

강현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민한 아기 강현이도 짐보리 다닌지 어언 8주가 넘어가는데요, 한 6주까지는 저한테 딱 달라붙어서 잘 놀지도 않았어요.. 6번 지나니 이제 서서히 적응돼서 수업시간의 80%이상은 잘~ 놉니다. 앞으로 낯선 환경을 또 만나게 되면 적응하는데 한참 걸리겠지요? 어린이집도 마찬가질테고.... 저도 핑키 이야기 잘 새겨둬야겠어요! 

명연맘님의 댓글

명연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읽으면서 눈물 날 뻔 했어요. 늘 이렇게 줄리 님 뒤를 따라가며 핑키와 줄리 님이 고생한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요즘 명연이한테 상상의 나래 펴기가 제대로 먹혀요. 그 덕분에 평화로운 겨울방학을 보내는 중이랍니다. 

Jinna맘님의 댓글

Jinna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 지나 10개월째 부터 Centre에 보냈어요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번 맞겠고 지난 12월 즉 18개월째 부터는 일주일에 세번 갑니다. 보통 다른 아이들은 엄마 안 떨어지려고 우는데 울 딸 지나는 엄마 갔다 오라면서 친구들이랑 잘 놀아요 지나 같이 착한 딸도 있네요 근데 아이들은 엄마 없는 거 알면 잘 적응하면 논다는 선생님의 말씀 ... 넘 걱정하지 마세요 

은찬맘님의 댓글

은찬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정말 가슴 찡 눈물나에요 예민한 아가들..빠이빠이 ..은찬이도 그래서 그리도
빠이 빠이를 온몸으로 다 했을까요?
쥴리님도 고생하시고 핑키도 고생했고 ^^ 두분(?)모두 장하네요 

진경맘님의 댓글

진경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울컥... 낯설은 곳에 가면 아직도 "집에 가자 집에 가자"를 외치고 갈때가 되면 기쁜 마음에 빠이빠이에 열과 성을 다하는 진경이... 3월에 어린이집 가요...